‘인디’, 트와이스를 넘어서다.


언젠가부터 소리 소문 없이 차트에 진입해 1년이 다 되어가도록 50위권 내에 장기 체류 중인 노래가 있다. 바로 볼빨간 사춘기의 노래들이다. 볼빨간 사춘기가 대중에게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작년 8월 말 ‘우주를 줄게’와 ‘나만 안되는 연애’를 발표한 때부터다. 당시 두 노래 모두 역주행 기간을 거쳐 차트에 안착한 케이스로 일전에 본 칼럼에서도 소개 한 바 있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최근 조사에서 볼빨간 사춘기는 2016년 연간차트 1위 트와이스가 보유하고 있는 32주(CHEER UP) 50위권 롱런 기록과 동기간 음원 이용량 기록을 경신한 것으로 나타났다. 어떻게 인디 레이블 소속 가수가 메이저 레이블 소속 현존 최고 음원 파워를 갖고 있는 가수의 기록을 갈아 치울 수 있었을까? 이번 칼럼에서는 차트 장기 체류자 볼빨간 사춘기와 관련 데이터를 살펴보도록 하자. 

 
위 그래프는 구글 트렌드에서 나타나는 2004부터 2017년까지 ‘인디’ 관련 예술 엔터테인먼트 분야 검색량 추이를 나타낸 것이다. 그래프를 자세히 보면 2006년 2월 이전에는 고정 검색량 없이 이슈에 따라 검색량의 변동폭이 매우 큰 모습이었으나, 2006년 2월부터 2010년 4월경까지 미미하지만 인디에 대한 고정 검색 수요가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후 2010년 9월부터 2014년 1월까지 ‘인디’에 대한 검색량이 급격히 증가했고, 이후 상당량의 고정 검색 수요가 유지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전반적인 검색량 추이를 보면 ‘인디’라는 키워드에 대해 대중의 관심도가 지난 10년전과 비교했을 때 상당히 증가 한 것으로 나타나, ‘인디’에 대한 대중의 인식이 상당히 보편화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참고로, 2010년 ‘인디’에 대한 검색량이 급증했던 시기에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인디’ 가수와 노래는 10cm 의 ‘아메리카노’가 있으며, 가온차트에서 2011년 19주차에 12위를 기록한 바 있다.  

 

위 그래프는 볼빨간 사춘기 주요 음원의 순위 변화 추이를 나타낸 것이다. ‘우주를 줄게’가 37주째, ‘나만 안되는 연예’가 35주째, ‘좋다고 말해’는 21주째 50위권에서 롱런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음원이 롱런하는 것으로 잘 알려진 트와이스의 ‘CHEER UP’이 32주 동안 50위권에 머물렀던 반면, 볼빨간 사춘기의 ‘우주를 줄게’는 이보다 많은 5주, ‘나만 안되는 연애’는 3주더 롱런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좋다고 말해’ 역시 위 두 곡들과 유사한 순위 변화 추이를 보이고 있어 이 곡의 50위권 수명은 30주를 넘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세곡 모두 10~30위권에서 버티는 힘이 매우 강한 롱런 음원의 전형적인 특징을 보이고 있는데, 이는 홍보와 마케팅 또는 가수의 인지도와는 별개로 음원 자체가 가지고 있는 경쟁력이 매우 높은 노래들에서 주로 관찰된다. 

음원차트 상에서 어떤 가수의 노래가 30주가 넘는 롱런을 기록하는 것은 이례적인데, 볼빨간 사춘기의 경우는 2~3곡을 동시다발적으로 롱런 시키는 좀처럼 보기 드문 기록을 현재 세우고 있다고 할 수 있겠다. 
 

위 그래프는 2016년 연간차트 1위와 2위를 기록한 트와이스의 ‘CHEER UP’과 엠씨더맥스의 ‘어디에도’와 볼빨간 사춘기 ‘우주를 줄게’의 발매후 37주간 음원 이용량 합계를 비교한 것이다. 

볼빨간 사춘기의 ‘우주를 줄게’가 트와이스의 ‘CHEER UP’에 비해 8%가량 이용량이 많은 것으로 조사되었다.  트와이스의 ‘CHEER UP’은 32주간, 엠시더맥스의 ‘어디에도’는 34주간 50위권에 머무른바 있으며, 엠씨더맥스는 그 해 2016년 가온차트 K-pop어워드에서 롱런 음원상을 수상했다.  

아무리 볼빨간 사춘기의 노래가 차트 상에서 롱런을 하고 있다 해도, 작년 한해 동안 가장 크게 히트한 트와이스의 ‘CHEER UP’보다 많은 음원 이용량을 기록한 것에 대해 선뜻 납득이 되지 않는 독자들도 있을 것이다. (필자 역시 그래프를 보고 다시 확인했을 정도로 예상 밖의 결과였다) 그럼 좀 더 자세히 두 음원의 이용량을 추이를 살펴보자.  


위 그래프는 볼빨간 사춘기의 ‘우주를 줄게’와 트와이스의 ‘CHEER UP’의 발매후 37주간 음원 이용량 추이를 비교한것이다. 

발매 후 5주차 까지는 트와이스의 ‘CHEER UP’이 월등히 앞선 것으로 나타났으나, 5주차에는 이용량 역전 현상이 발생한 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15주차에 두 음원의 이용량 간극이 일시적으로 좁혀지긴 했으나, 이후 두 음원의 이용량은 차이는 더 크게 벌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초기 5주차까지 트와이스는 인지도와 전작에 대한 기대감(OOH-AHH하게 33주 50위권 롱런) 등이 반영되어 발매 초기 음원 이용량이 높게 나타나는 전형적인 정상급 가수의 이용량 패턴을 나타냈지만, 볼빨간 사춘기는 사실상 무명에 가까운 인지도에서 출발하여 트와이스와 유사한 음원 이용량 그래프 추이를 보인 것은 전혀 예상치 못한 결과이다.  

정말 놀라운 것은 발매 5주차 이후 단 한 번도 트와이스의 ‘CHEER U’P에 비해 음원 이용량이 낮아진 적이 없으며 대체로 일정한 격차를 유지했다는 것이다. 

작년 한해 온 국민이 트와이스의 ‘CHEER UP’에 열광하고 있을 때, 이들의 플레이 리스트에는 볼빨간 사춘기의 ‘우주를 줄게’ 역시 존재했었으며, 발매 후 동기간만 놓고 보면 사실상 대중은 볼빨간 사춘기의 ‘우주를 줄게’를 트와이스의 ‘CHEER UP’ 보다 더 많이 감상한 것이다. 

이쯤 되면 적어도 음원 사업 부문에 있어서는 잘 키운 인디 가수 열 S급가수 안 부럽다는 얘기가 나올 만도 하겠다. 

최근 또 다른 인디밴드 신현희와 김루트의 ‘오빠야’ 역시 올 1월에 차트 진입 후 17주째 차트에 머물며 롱런을 이어가고 있다. 이 노래 역시 10~30권 사이에서 버티는 힘이 매우 강한 롱런 음원의 특징을 보이고 있어, 최소 25주 이상은 50위 권에 머물 것으로 예상된다. 

사실 신현희와 김루트가 속해 있는 인디 레이블 ‘문화인’은 음악 대기업 로엔엔터테인먼트가 67.5%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로엔엔터테인먼트의 서브레이블이다. YG엔터테인먼트 역시 산하에 하이그라운드 레이블을 설립해 밴드 혁오, 검정치마 등 인디신과 계약을 맺은바 있고, SM엔터테인먼트 역시 2014년 인디 레이블 발전소를 설립했다.    

이처럼 국내 굴지의 대형 음악 레이블들이 산하에 인디신을 보유하는 이유는 음악적 다양성 확보는 물론, 가장 중요한 진짜 이유는 위의 볼빨간 사춘기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가성비가 매우 훌륭하기 때문이다. 

트와이스와 같은 아이돌의 경우 데뷔 전 연습생 단계부터 막대한 트레이닝 및 제작비가 발생해 리스크가 큰 반면, 인디신은 비교적 저 예산에 음반 제작이 가능하고 히트했을 경우 아이돌을 뛰어넘는 음원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것이다. 

볼빨간 사춘기는 10cm와 혁오 이후 인디 음악이 어느 정도까지 외연을 확장할 수 있는지 비즈니스적 가능성을 잘 보여준 사례가 될 것으로 보이며, 앞으로 대형 음악 레이블들의 차세대 먹거리로 인디 음악시장 진출이 더욱 활발해 질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한가지 우려스러운 점은 동네 빵집이 대기업 프랜차이즈 체인점으로 바뀌고 난 후, 빵 맛이 획일화되었던 경험을 음악시장에서는 되풀이하고 싶지 않을 뿐이다.    
 
글: 김진우 가온차트 수석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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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약력>   
 
1990년대 말 미국 인디애나 주립대학교에서 뮤직비즈니스학과를 졸업하고, 카이스트 CT 대학원에서 Cultural Management & Policy 석사학위를 받았다. 음악업계에는 1999년에 처음 입문하였으며 2009년에는 KT뮤직에서 차장 지냈다. DSP미디어 ‘카라프로젝트’ 전문심사위원과 Mnet ‘레전드 100송’ 선정위원, 한국콘텐츠진흥원 심의위원, ‘SBS 인기가요’ 순위 산정방식을 설계할 때 알고리즘 자문을 맡기도 했다. 현재 음악전문 데이터 저널리스트로 활동 중이며, 대표 저서로는 ‘뮤직비즈니스 바이블’이 있다.   

Email: littlegiant91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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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우 수석연구위원 ㅣ 2017-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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