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B, 음반인가?


최근 지드래곤의 USB가 음악업계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사실 국내에서 USB를 이용한 음반 발매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12년에도 가수 김장훈이 USB 형태의 앨범을 발매한 적은 있었지만 지금과 같이 음악업계의 큰 이슈로 떠오르진 않았었다. 

현재 음악업계에는 지드래곤의 USB에 대해 두 가지 견해가 엇갈리고 있다. 하나는, 현행 저작권법상 ‘음반은 음이 유형물에 고정된 것’으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지드래곤의 USB처럼 음이 고정되어 있지 않고 링크를 통해 음원을 다운로드하는 방식은 음반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또 다른 견해는 음악을 담아내는 저장 매체가 LP, 카세트, CD 등으로 바뀌어 왔기 때문에 그 연장선상에서 USB도 음반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칼럼에서는 지드래곤의 USB를 바라보는 업계 두 가지 시선에 대해 필자의 생각을 말해보고자 한다. 

뮤직비즈니스 분야 저작권 관련 용어 중에 ‘mechanical royalties’라는 말이 있다. 정의는 다음과 같다. 

“Mechanical royalties are earned per-unit when a song is sold on a “mechanically reproduced” physical medium (think vinyl, physical CDs), and nowadays, this includes digital downloads and internet streaming as well.”

굳이 번역을 하자면, ‘미케니컬 로열티는 자신의 곡이 물리적 매체(LP, CD 등)를 통해 기계적으로 복제될 때 장당 로열티를 받을 수 있고, 요즘은 디지털 다운로드나 인터넷 스트리밍도 포함한다’ 이다.

뮤직비즈니스에서 저작권을 관리하고 프로모션하는 업체를 ‘Music Publishers’라고 부르는데, 우리말로는 ‘음악출판사’라고 한다. 이들을 퍼블리셔라고 부르는 것은 뮤직 퍼블리셔들이 18세기경부터 음악 악보를 출판하는 일부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미케니컬 로열티’라는 말 역시 음악 산업사에서 그 배경이 존재한다.   

“mechanical” stems from the fact that back in the early days of the music industry, compositions were physically, or mechanically, manufactured and reproduced onto physical products for public consumption. When music first became fixed into a physical product to be reproduced and distributed to the masses, the first physical recording of a song was on a “piano roll.” A piano roll was to be played on a “player piano.” It was a roll of paper with a bunch of holes. When placed into a player piano, the piano mechanically played the song embedded into the piano roll.

중요 부분을 번역하면, "기계적"이라는 단어는 음악 산업의 초창기에 음악 작품이 물리적으로 또는 기계적으로 제조되고 대중 소비를 위해 물리적 제품으로 복제되었다는 사실에서 유래한다.

 (이미지출처: http://pianobarn.com)

 

음악 산업사에서 음악이 물리적 제품에 복제 고정되어 대중에게 배포된 첫 번째 물리적 녹음물은 “피아노 롤’이다. (사진은 과거 서부영화에서 자주 등장하던 ‘Player piano’, 구멍이 뚫린 두루마리 휴지 형태의 종이를 넣으면 자동(기계적)으로 피아노 연주가 됨)  

‘미케니컬 로열티’라는 용어는 디지털 음악시장이 도래하기 훨씬 전부터 사용했던 말이다. 만약 뮤직 퍼블리싱 업계가 이 ‘mechanical(기계적)’이라는 단어를 협의로 해석했다면 디지털 다운로드나 인터넷 스트리밍처럼 전기/전자적 복제 부분은 미케니컬 로열티의 대상에 포함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뮤직 퍼블리싱 업계는 기술의 발전에 따른 시대적 변화를 반영해 이 ‘mechanical(기계적)’이라는 말을 광의로 해석해 스트리밍과 다운로드 부분까지 포괄하고 있는 것이다. 

다시 지드래곤의 USB로 돌아가면, 앞서 언급한 ‘미케니컬 로열티’의 경우처럼 기술의 발전 속도에 맞춰 현행 저작권법에 대한 해석을 광의로 한다면 유형물에 음이 고정되어 판매되는 경우와, 유형물을 선 판매하고 제작사나 유통사가 지정한 곳을 통해 음을 후에 고정시키는 방식 모두 음반의 범주로 볼 수도 있지 않겠나 하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또한 후고정의 경우라도 ‘음반에 수록된 WAV 파일과 동일한 규격의 파일을 제공할 경우 음반으로 인정한다’ 등의 가이드라인이 필요해 보인다.

물론 ‘미케니컬 로열티’에 대한 해석과 지드래곤의 USB 논란이 동일한 상황은 아니다. 다만 필자가 하고 싶은 말은 20세기에 만들어진 법 테두리에 얽매어 21세기 창작물을 규정짓지 말았으면 한다는 것이다. 또한 현시점뿐만 아니라 과거와 미래를 아우르는 음악 산업사의 긴 흐름에서 이 문제를 들여다봤으면 한다. 

앞으로 저작권법은 기술의 발전에 따라 계속해서 개정될 수밖에 없다. 워낙 기술의 발전 속도가 빨라 법이 제때 이를 따라올 수 없더라도, 현행법에 대한 해석을 좀 더 융통성 있게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최근 아이돌 가수들이 주로 발매하는 키노 앨범 역시 지디의 USB와 비슷한 상황에 놓여 있다. 요즘과 같이 음악시장에 주요 이슈가 있을 때는, 협회나 관련 기관에서 음악 소비자와 음악업계 종사자를 상대로 한 여론조사 및 공청회 등을 개최해 의견 수렴 과정을 거치는 일도 중요할 것으로 생각한다. 

지드래곤이 얘기했듯이 정작 중요한 것은 하드웨어가 아닌 그 안에 담겨 있는 아티스트의 창작물이다. 이 창작물이 놋그릇에 담기든 쇠그릇에 담기든, 아니면 밥그릇에 밥이 담겨 나오든 밥을 셀프로 퍼 담든 그건 크게 중요한 일이 아닐 수 있다. 

아무쪼록 음악 산업사의 변곡점에서 이번 지드래곤의 USB 논란에 대해 많은 사람이 공감할 수 있는 합리적 해석과 기준이 마련되길 바란다. 

글: 김진우 ‘뮤직비즈니스 바이블’ 공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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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https://www.musicclout.com/contents/article-414-what-are-mechanical-royalties.aspx 
‘뮤직비즈니스 바이블’    

이미지출처: http://pianobarn.com 

<글쓴이 약력>
1990년대 말 미국 인디애나 주립대학교에서 뮤직비즈니스학과를 졸업하고, 카이스트 CT 대학원에서 Cultural Management & Policy 석사학위를 받았다. 음악업계에는 1999년에 처음 입문하였으며 2009년에는 KT뮤직에서 차장 지냈다. DSP미디어 ‘카라프로젝트’ 전문심사위원과 Mnet ‘레전드 100송’ 선정위원, 가온차트 K-POP어워드 심사위원, 한국콘텐츠진흥원 심의위원, ‘SBS 인기가요’ 순위 산정방식을 설계할 때 알고리즘 자문을 맡기도 했다. 현재 음악전문 데이터 저널리스트로 활동 중이며, 대표 저서로는 ‘뮤직비즈니스 바이블’이 있다.  
Email: littlegiant911@gmail.com
https://www.facebook.com/musicbusinesslab

김진우 수석연구위원 ㅣ 2017-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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