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대중음악의 인기순위를 보여주는 공인 음악차트의 필요성과 의미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

아마 지적 능력이 생기면서부터 수천 번 들었을 법한 이 말처럼 요즘 국내 가요 음원차트 현황을 요약하는 말도 없을 듯하다. 연예매체 데스크로서, 그리고 음원 구매자로서 최근 몇 개월 동안 답답했고 황당했으며 남부러웠던 사례 몇 가지만 소개한다.

#1. 지난해 7월, 필자는 음원 관련해서 졸고 시리즈를 쓴 적이 있다. '최근 6년간 톱531곡, 최다 히트곡 낸 가수는?' '최근 6년간 작곡가 킹은 조영수..52곡 압도' '최근 6년간 우리 노래들이 줄었어요..30초나' '최근 6년간 노래제목, '사랑'이 밥 먹여줬다' 등등.

합법적 음원판매가 본격화한 2005년부터 이 기사를 쓴 직전 달인 2010년 6월까지 각 해 음원차트 톱 100곡(2010년은 50곡)을 나름 분석(중복곡 제외)해서 쓴 기사였다. 주요 음원사이트는 물론 일일이 음악저작권협회나 금영노래방 사이트를 들어가 해당 작곡가를 찾고, 노래 분량을 일일이 합산해서 평균을 내고, 531곡을 대상으로 '사랑'을 키워드 검색해서 순위를 매기고..

그런데 답답했다. 모 메이저 음원사이트 연도별 차트를 기준으로 작성한 것인데, 이 준거가 과연 합당한가의 문제였다. 시장 지배적 음원차트였지만, '지배적'이라는 것과 '공인'이라는 것은 '기록'과 '통계'와 '산업'에서는 엄연히 다른 개념이기 때문이다.

#2. 최근 모 인기 아이돌그룹이 컴백 음반을 냈다. 6곡이 담긴 음반이었는데 요즘 추세대로 특정일 자정에 음원부터 공개했다. 예상대로 오전에 각 연예매체에서 관련 기사가 쏟아졌다. '발매 당일 1~6위 전곡 싹쓸이' 대충 이런 제목들이었다.

그런데 필자가 주로 음원을 다운로드 받는 사이트(앞서 말한 그 사이트다)에서는 4위가 다른 솔로 여가수였다. 다른 사이트를 찾아보니 특정 사이트 한 곳에서만 전곡 싹쓸이 현상이 나타났다. 황당했다. 이런데도 이런 기사가 나오는 건 대표성의 치명적인 오류다. 더 황당한 것은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다는 것. '음원공개하자마자 실시간 차트 1위'(한 음원 사이트에서만!), '신곡, 음원차트 올킬'(한두 개 사이트 빼고!)..이것은 팩트가 아니다.

#3. '레이디 가가, 빌보드 1000번째 싱글 1위 주인공'. 필자가 빌보드 차트와 관련해 지난 2월20일 쓴 기사 제목이다. 레이디 가가의 신곡 'Born This Way'가 빌보드 싱글차트 'Hot 100'에서 1위를 차지했는데, 이게 1958년 차트 출범 이래 싱글차트 부문 1000번째 1위곡이라는 내용이었다.
이 기사를 쓰면서 무척 부러웠다. 레이디 가가가 부러운 게 아니라 이런 데이터를 갖고 있는 빌보드와 이런 '기록'을 쉽게 접할 수 있는 미국 음악팬들이 부러웠던 것이다. 데이터를 잘게 썰고 분석해서 코걸이도 만들고 귀걸이도 만드는 그들의 신기한 재주! 국내에는 오랜 기간 이런 데이터를 집계해오고 있는 곳도 없거니와, 설사 있다 해도 빌보드처럼 '이런 것까지' 데이터베이스로 만들었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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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도 그렇지만 음악산업 역시 '트렌드'가 핵심이다. 거시적으로는 기회비용을 최소화하면서 산업규모를 키우고, 미시적으로는 효율성을 극대화하면서 매출규모를 늘리기 위해, 소비자의 예민한 취향과 이들의 미시적 소비행태, 그리고 이들이 집적된 거시적 소비 트렌드가 '정확히' 파악되고 분석돼야 한다는 것은 상식이다.

그리고 이러한 소비 트렌드 분석에는 '공신력'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것 또한 상식이다. 이미 국내 영화계에서는 영화진흥위원회의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이 업계와 미디어, 팬들이 인정하는 '공인 차트'가 됐다. 통합전산망 가동 초창기, 일부 배급사의 반발과 '엉뚱한'(?) 자체 배급성적을 우겨대는 진통도 있었지만 이제는 한국 영화 박스오피스의 거의 유일무이한 '준거'가 된 것이다.

그러나 국내 가요계는 아직 이 '정확'하고 '권위'있는 차트가 자리 잡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더욱이 음원 스트리밍과 다운로드가 음반 구매를 압도적으로 앞지른 국내 현실에서, 이러한 공인차트의 부재는 마음먹기에 따라 소비를 왜곡해서 분석하고 부추길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치명적이다. 단가가 상대적으로 훨씬 싼 무형의 디지털 음원은, 값도 상대적으로 비싸고 손에 잡히는 CD 음반보다 '차트 순위'에 민감하기 때문이다.

이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각 음원사이트 차트가 저마다 다른 것은 '통일된 산업적 지표'로서 가치가 현격히 떨어짐은 물론이다. 영화 쪽도 CGV, 롯데, 메가박스 등 극장별로, 그리고 네이버 등 포털별로 예매순위를 발표하지만, 이를 단번에 그리고 깔끔하게 종합 정리해주는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이 있으니 별 상관없다.

구체적으로 예를 들어본다. 지난해 상반기(1~6월) 멜론과 도시락의 음원 톱100 차트에서 서로 순위가 안맞은 일부 경우다. 

*소녀시대 'Oh!'(멜론 3위, 도시락 1위)
*2AM '죽어도 못보내'(멜론 1위, 도시락 2위)
*티아라 '너때문에 미쳐'(멜론 4위, 도시락 6위)
*애프터스쿨 '뱅'(멜론 11위, 도시락 21위)
*원더걸스 '2 Different Tears'(멜론 27위, 도시락 44위)
*소녀시대 '별별별'(멜론 51위, 도시락 24위)
*디셈버 '사랑 참'(멜론 53위, 도시락 차트 미진입)

지난해 많은 이들이 관심 있게 지켜본 엠넷의 '슈퍼스타K 시즌2'의 톱6(허각 존박 장재인 강승윤 김지수 김은비)의 경우도 한때 엠넷에서만 음원이 공개된 바람에 이들과 관련된 음원성적은 산업지표로서 신뢰성과 정확성이 떨어지는 건 어쩔 수 없다.

예컨대 강승윤이 부른 '본능적으로'는 멜론 '2010 연간 음원차트'에서는 26위에 그쳤으나 한국음악콘텐츠산업협의회(음콘협)의 가온차트(디지털 종합차트)에서는 11위에 랭크됐다. 허각의 '언제나' 역시 멜론에선 55위였으나 가온에선 무려 12위였다. 이는 가온디지털 차트가 강승윤과 허각 음원을 한동안 독점 공개한 엠넷을 포함해 멜론, 도시락, 벅스, 소리바다 등 5대 메이저 음원사업자와 SK컴즈(싸이월드. 배경음), SKT(모바일)의 매출데이터까지 합산하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에서 아주 늦은 감이 많지만 지난해 본격적으로 출범한 가온차트는 국내 유일의 공인된 대중음악 차트로서 커나갈 공산이 매우 크다. 2011년 2월 현재 스트리밍‐다운로드‐배경음 등 전체 디지털 매출의 95%, 오프라인 음반 판매 상위 톱100 매출의 100%를 반영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로엔, 엠넷, SM, 소니뮤직, 워너뮤직 등 국내외 음반유통사 11개업체 데이터까지 동시 집계하는 것은 산업적으로도, 개별 공급자‐소비자 입장에서도 매우 의미있는 일이다.

그러나 가온차트가 미국의 빌보드, 일본의 오리콘처럼 '공인차트'로서 커가기 위해서는 갈 길이 한참 멀다.

우선 데이터 집계의 '속도' 문제다. 멜론 도시락 엠넷 등 기존 음원사이트가 실시간 차트까지 집계하는 마당에 가온의 집계는 '전주' 단위다. 2월28일 오전 9시 기준으로 멜론 1위는 빅뱅의 'Tonight'이지만, 가온에서는 2월 셋째주(13~19일) 기준으로 아이유의 '나만 몰랐던 이야기'이다. 빅뱅의 새 음원이 공개된 게 24일 0시인데 나흘이 지난 28일에도 이게 전혀 반영이 안된 채 19일까지 집계된 데이터를 보여준다는 건 '경쟁력' 차원에서 심각한 문제다.

대부분의 미디어가 긴박하게 기사를 작성하는 현실에서 전주 데이터는 거의 100% 가온차트의 '노출' 기회를 스스로 앗아가는 셈이다. 미디어 뿐만 아니라 실시간 차트라는 ‘속도’에 익숙해진 소비자로서 음악팬들 역시 전주 데이터는 그저 '참고' 자료일 뿐이다. 참고로 빌보드 Hot 100의 경우 2월28일 오전 9시 현재 '3월5일 기준 주간차트'를 보여주고 있다(레이디 가가의 'Born This Way'가 여전히 1위다!). 

둘째는 각 음원과 음반이 과연 얼마나 팔려 해당 순위가 나왔는지 그 근거가 없다는 점이다. 물론 가온의 2010 음반판매 톱20 차트에는 판매량(1위는 슈퍼주니어의 '미인아'. 20만193장), 2010 디지털 종합 톱20 차트에는 가온지수(1위는 미쓰에이의 'Bad Girl Good Girl'. 8억517만7964)가 포함됐지만 이는 연간 행사다(가온지수는 스트리밍 횟수, 다운로드 건수, 배경음 설정수에 각 가중치를 부여해 합산).

그러나 오리콘의 경우 2월28일 오전 9시 현재 26일 기준 일간 싱글차트에 판매량까지 포함됐다. 그리고 이 데이터는 스마트폰 어플을 통해서도 즉각 확인 가능하다(1위는 아라시의 'Lotus'로 추정 판매량은 3만1948매. 2위는 범프 오브 치킨의 신곡으로 7674매). 참고로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역시 구체적인 개봉관수와 관객수, 매출액을 거의 모든 영화마다 그것도 다음날 오전 6시 전후로 명시한다.

셋째는 차트 데이터의 다양성이다. 앞서 언급한 빌보드의 '레이디 가가 1000번째 싱글 1위' 데이터처럼 각 데이터의 세부항목을 더욱 늘려 이를 다양한 데이터베이스로 활용하는 일이 시급하다. 현재 가온차트에서는 노래 제목, 수록 앨범, 아티스트, 제작사, 유통사, 전주 대비 변동사항 등 '최소한의 항목'만 서비스될 뿐이다.

예를 들어 아주 오래 전 얘기지만 1964년 미국 습격에 나선 영국의 비틀스는 빌보드 역사상 가장 많은 20곡의 넘버원을 기록하고 있는데, 이는 이런 항목까지 꼼꼼하게 데이터베이스로 챙긴 빌보드의 공이다.

최근 예를 보자면 2월28일 현재 케이티 페리의 'Firework'는 18위이지만 전주에는 2위였고, 최고성적은 1위였음을 쉽게 알 수 있다. 더욱이 장르별 차트와 벨소리 차트 등에까지 이런 3종류의 데이터를 함께 제공한다. 이렇게 심하다 싶을 정도로 다양한 데이터 항목이 쌓이니까 비틀스의 그런 기록까지 집계가 가능한 것이다.

특히 장르별 차트는 특정 가수군(아이돌)이 특정 장르(댄스)를 독식하는 현 가요상황에서 더욱 절실하다. 기존 통합장르 음원차트에만 익숙해진 음원 소비자들이 록‐포크‐힙합 장르에 송라이터 그룹‐밴드를 위주로 한 최근의 한국대중음악상 시상식 주요 수상자(올해의 음반상을 받은 힙합듀오 가리온의 ‘가리온2’가 대표적)에 낯설어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장기적인 관점에서(이는 필자의 가장 큰 바람이기도 하다) 음악산업 관련 ‘지식 아카이브’로서 커가는 길이다. 요즘 TV 출연 및 방송콘서트를 통해 이장희 조영남 김세환을 비롯해 송창식 윤형주의 트윈폴리오, 1960~70년대 무교동의 음악감상실 '세시봉' 등이 화제인데, 사실 이들의 음반 및 음악활동에 대한 기록은 제대로 남아있지도 않고, 있다 해도 신문의 디지털 아카이브나 몇몇 공들인 저서(신현준 등이 지은 '한국 팝의 고고학 1960, 70'(한길아트), 신성원이 지은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우리 대중가요'(현암사))에 뿔뿔이 흩어져 있는 형편이다.

물론 멜론이 의욕적으로 그리고 방대하게 1955년부터 시작하는 시대별 차트를 출범시켰지만 아직은 한계가 있다. 개인적으로 가장 아쉬운 건 멜론이 선보인 1964~83년 차트가 인기가요 목록을 '가나다' 순으로 제공하고 있다는 점(사실 자료자체가 없으니 누굴 탓할 문제도 아니다). 더욱이 이 경우에도 특정 곡의 해당 연도 차트순위가 반드시 발표연도와 일치하는 것은 아니어서 '팩트' 자체가 왜곡될 위험도 있다. 사실 발표연도와 작사 작곡, 판매순위는 기본 중의 기본 아닌가.

여기에 욕심을 내자면 해당 음반의 재킷 디자인과 당시 속지내용, 세션이나 밴드 구성원과 참여 스태프 명단까지 바란다면 너무 과욕이겠지만. 그리고 이미자 최희준 패티김 김추자 남진 나훈아 조용필을 비롯해 펄시스터즈, 에드훠, 자니 브라더스, 뚜아 에 무아, 히 식스, 신중현과 엽전들, 버들피리 등 1960년대 말~70년대 초 보컬그룹과 그룹사운드의 연혁과 각종 데이터까지 한가득 ‘공인 차트’에서 확인하는 일은 정말 불가능한 일일까.

결국 이제 막 출범한 가온차트는 할 일이 태산이다. 대중가요 인기순위에 대한 각종 데이터를 '정확'하게 집계해 자연스럽게 공신력을 쌓아가는 일, 이를 통해 산업적으로 절대적이면서도 유용한 지표 역할을 해가는 일, 그리고 대다수 음악 팬들이 미처 생각하지도 못한 재미있는 데이터를 계속 확충해 '흥행'에도 성공하는 일…그래서 언제가는 꼭, 예를 들어 밑에 적은 데이터나 사건이 가온차트에서 발견되거나 일어나기를 바라는 건 꼭 필자만의 욕심은 아닐 것이다.

1. 1966년부터 시작한(당시는 라디오) MBC 10대 가수 가요제 대상 수상곡 및 10대 가수들 히트곡(2005년까지)의 각종 정보(불충분하더라도 기존 음반차트를 기본으로 해서!). 특정 연도의 해당 곡에 대한 차트 데이터가 없다면 당대 가요사에 대한 증언채록도 값진 일일 듯하다.

2. 2011년 2월 현재 힙합, 록, 댄스, 발라드, 포크, 일렉트로닉, 트로트 등 각 장르별 순위와 해당 곡의 발매후 최고 성적. 상위 음원 스트리밍 횟수와 다운로드 건수 공개. 이를 통해 '1' 단위 차이에 불과한 차트 순위에 숨겨진 순위간 판매량 격차의 '착시' 현상을 바로 잡아줌.

3. 2010년 특정 가수, 특정 작곡가의 음원 및 음반 판매 성적. 1위는 며칠 몇 주 동안 계속됐고, 최고 판매 순위는 몇 위이며, 2011년 2월 현재는 몇 위인지도 공개.

4. 해외 주요 미디어들이나 국내 산업계가 가온차트를 인용해 한류상품으로서 2010년 대한민국 대중가요를 분석하고 2011년 한류의 방향성을 전망함. 팬이나 음반제작자도 자연스럽게 "이번 곡, 가온에서 1등 했대!"라고 말함.




(머니투데이 스타뉴스 부장 김관명님)


김관명 ㅣ 2011-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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